송해룡 고려대구로병원 교수(정형외과)ㆍ개방형실험실 단장

송해룡 고려대구로병원 교수(정형외과)ㆍ개방형실험실 단장
송해룡 고려대구로병원 교수(정형외과)ㆍ개방형실험실 단장

들어간 돈은 150억원, 나온 것은 특허 30건과 논문 190편. 고려대 구로병원 송해룡 교수팀이 지난 30년간 보건복지부의 병원특성화센터와 산·학·병·연 연구과제를 수행한 대강의 '성적표'다. 그간 벌어들인 수익은 그야말로 초라한 수준이다. 엄청난 연구결과가 기술이전이나 상품화로 연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구 초기단계부터 기술사업화를 목적으로 제약회사나 의료기기회사와 협업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 탓이다. 

국내 450개 대학 전체의 기술이전 수익은 연간 500억원 규모로, 미국 프린스턴 대의 1,500억원에 비하면 1/3 수준이다. 기술이전으로 보면 국내 대학을 모두 합쳐도 미국 대학 하나를 못 당한다는 이야기다. 정부가 대학의 연구개발(R&D)에 연간 5조원 상당의 연구비를 지원하는데, 기술이전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500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수익률 1%다. 연구과제를 맡은 교수들이 과제 평가기준을 달성하기 위해 논문과 특허만 양산하고 기술사업화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대학병원의 연구환경을 개선하고 연구결과를 사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2013년 대학병원 40곳 중 10곳을 연구중심병원을 선정하고 병원마다 300~400억원 상당의 육성과제를 지원했다. 그 결과 2021년 의사들이 창업한 의사창업기업 120개가 탄생하고, 함께 모여 의사창업연구회(회장 송해룡)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고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국내에서 의사창업이 최근 부쩍 활발해진 이유는 연구결과와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면 연구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없어 개발을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약이나 의료기기를 직접 개발해서 창업한 뒤 투자를 받아 사업화로 이끌면서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주식시장 상장을 모색하면 관심 있는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

선진국의 유명한 대학병원들은 환자 진료로 버는 진료 수익보다 의사들이 개발한 의료기술을 이전하거나 스스로 창업하여 얻는 수익이 더 크다. 대학병원 소속 연구소의 예산이 대학병원 예산보다 3~4배 많은 곳도 수두룩하다. 특히 미국은 의사창업에 적극적이며 병원이 영리법인을 설립할 수 있기 때문에 투자법인을 두고 의사창업 기업에 직접 그리고 지속적으로 투자하여 기술사업화를 성공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메이요클리닉은 진료환자 수는 삼성서울병원보다 적지만 특허 이전과 창업으로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또 2천 건이 넘는 유망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2016년 이래 창업한 기업이 136개나 된다. 미국 보스턴 MGH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과 브리검 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은 공동투자펀드를 만들어 1년에 2조원을 투자하여 연간 12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온타리오주가 MaRS(Medical and Related Sciences Innovation)를 통해 대학창업기업에 10년간 3천5백억 원을 투자했다. 또 재생의학상용화센터(Center for Commercialization of Regenerative Medicine, CCRM)를 통해 10개국이 넘는 국가의 재생의학협회와 연합해서 새로운 재생의학 기술을 개발하고 공동투자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18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보건산업혁신창업센터가 설립되어 의사창업기업뿐 아니라 일반 창업기업도 지원하는 생태계를 조성했다. 이듬해 대학병원의 연구시설을 개방하고 일반창업기업과 의사들을 연결하여 공동연구와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는 개방형실험실(Open Lab)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대학병원 7곳과 지역의료기기∙신약 클러스터 6곳에 개방형실험실이 설립되어 1천 곳 정도의 관련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려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사업단(단장 송해룡)은 참여기업 30곳을 지원하여 3년간 투자유치 및 국책과제 수주 등 총 450억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송해룡 교수는 개방형실험실 참여기업과 함께 구축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리브레인, 의사창업연구회 기업들과 함께 2022년 하반기에 서울에 항노화센터를 개설할 예정이다. 항노화센터는 치매와 항노화를 중심으로 생활을 관리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단계적으로 ADHD, 우울증, 만성질환, 근골격계질환을 추가하여 노인을 위한 LMS(Life Management System)을 구현할 계획이다. 리브레인은 스웨던 왕궁이 주도하는 세계치매포럼 디멘시아포럼엑스(DFX)을 2020년 국내 유치한 유망벤처다.

항노화센터는 정밀맞춤형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스웨덴의 세계적인 가구제조기업인 이케아(IKEA)를 비롯하여 유전체빅데이터 정밀진단분석기업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 대표 신상철), 디지털치료제 같은 분야의 여러 기업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VR/AR을 이용한 메타버스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다.

스웨덴은 실비아 왕비가 치매를 앓던 친어머니를 위해 지난 96년부터 스웨덴 왕립치매센터 '실비아헴메트'를 세워 치매환자와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맞춤형 저택 '실비아보' 프로젝트를 이케아 같은 기업과 진행하고 있다.

또 실비아헴메트에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해외에 전수하기 위해 왕실 후원으로 'SCI'(Swedish Care International)를 설립하고, 치매에 대한 디지털 헬스케어를 개발하기 위해 고대 구로병원 개방형실험실 참여기업들과 3년간 교류해왔다. 

한국에서는 초기 창업기업들을 위한 엔젤투자협회가 주관하는 TIPS, 기술보증기금이 주관하는 U-Tech, 산자부가 주관하는 창업도약패키지 등 좋은 제도가 최근 제법 성과도 내고 있다. 그러나 의사창업은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만큼 여느 창업기업과는 다른 차원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의사창업연구회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많은 숙제가 많은 것이다. 

120개 회원기업들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법인을 설립하여 분야별 연구회를 운영할 필요가있다. 또 기술사업화를 촉진하기 위해 비슷한 분야의 제약회사-의료기기회사-투자회사룰 연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 홍릉 강소특구와 서울바이오허브, 대웅제약, 스케일업/신한금융 등을 중심으로 준비하고 있지만 더 많은 기관과 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 차기 정부에 범부처 (과기부, 산자부, 복지부, 서울시) 의사창업활성화 사업단을 구성하여 단순한 연구비 차원이 아닌 창업기업 활성화 차원의 지원책이 포함된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투자유치와 경영에 필요한 전문경영인 지원 ▲제약/의료기기 회사의 공동창업 ▲의사와 교수의 제약/의료기기/투자회사 파견연구 ▲제약/의료기기/투자회사 인력의 대학병원 파견근무 같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질적인 교류와 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생태계를 지원하는 국가 사업단이 필요하다.  

연구과제 차원이 아니라 생태계 차원의 의사창업 지원제도가 절실하다. 그러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정보기술(IT)에 바이오의료기술(BT)을 결합하여 앞으로 100년간 한국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미래의 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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