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중심에서 창업을 외치다. 3] 메디크리니아

메디크리니아의 하철원 대표는 관절염을 주사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메디크리니아의 하철원 대표는 관절염을 주사만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퇴행성이나 외상으로 생긴 관절염 환자는 증상이 심하면 인공관절 수술을 받는다. 인공관절 수술을 대체할 방법은 없을까?

성균관대학 삼성서울병원 하철원 교수(정형외과)는 인공관절을 수술하면서 걱정에 빠졌다. 무릎관절염을 앓는 노년 환자 중 일부가 '부작용이 생길까봐 수술받고 싶지 않다'며 두려워했기 때문.

인공관절을 정확한 위치에 씌우려면 관절염으로 손상된 뼈를 깎아내야 하기 때문에, 수술 후 환자는 몸을 움직이기 힘들다. 또 인공관절 주변 조직과 상처가 포도상구균 같은 세균에 감염될 수도 있다.

30~40대 관절염 환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기에 너무 젊어 난감했다. 대부분 의사는 젊은 환자에게 "일단 진통제로 버티고, 견디기 힘들거나 적당한 나이가 되면 수술을 받자"고 권유하곤 했다.

하교수는 '인공관절을 대신할 치료제로 환자가 도움을 받으면 좋을 텐데'라고 고민하다, 줄기세포 기술로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제대혈(산모가 아기를 낳을 때 분리된 탯줄과 태반에서 나온 혈액)에서 얻은 줄기세포로 치료제를 만드는 기술을 고안했다. 제대혈에는 연골과 뼈, 근육을 만드는 중간엽 줄기세포가 많기 때문.

하철원 교수는 2012년 메디포스트와 함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했다. 출처: 메디포스트 홈페이지
하철원 교수는 2012년 메디포스트와 함께 중간엽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개발했다. 출처: 메디포스트 홈페이지

이 기술을 바이오 기업 메디포스트에 이전해, 퇴행성이나 외상후 관절염으로 연골이 상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CARTISTEM)을 2012년 공동 개발했다.

그의 목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Apple)이 아이폰을 개발한 뒤 계속 여러 버전을 내놓는 것처럼, 수술 없이 주사로 주입하거나 단점을 보완할 차세대 치료제를 만들려는 것.

하지만 메디포스트는 치매 같은 다른 분야에 집중하면서,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에 손을 떼려 했다. 하교수는 치료제를 혼자 만들까도 고민했지만, 기술을 이전했기 때문에 메디포스트가 특허를 가져 이마저도 힘들었다.

결국 그는 새로운 기술로 줄기세포 치료제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2018년 의사창업기업 '메디크리니아'를 설립했다.

카티스템은 가격이 비싸고 연골을 재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메디크리니아는 이런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줄기세포 치료제 플라티스템(PLARTISTEM)을 개발했다.

메디크리니아가 개발하는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플라티스템. 카티스템은 제대혈을, 플라티스템은 태반을 사용해서 만든다. 출처: 메디크리니아
메디크리니아가 개발하는 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플라티스템. 카티스템은 제대혈을, 플라티스템은 태반을 사용해서 만든다. 출처: 메디크리니아

이 제품은 태반에서 나온 중간엽 줄기세포와 히알루론산나트륨을 섞어 만들었다. 태반에서 얻은 중간엽 줄기세포는 연골과 골조직으로 분화하며, 분비작용으로 염증과 독성물질을 제거할 수 있다. 또 병원에서 폐기하는 태반을 이용해 윤리 문제가 없고, 줄기세포를 많이 얻을 수 있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히알루론산나트륨은 힘줄, 연골, 뼈와 같은 결합세포와 상피세포, 신경세포에 분포해 연골과 관절을 부드럽게 한다. 또 수분이 많아 다른 조직이 올바른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한다.

치료제 개발은 수십 년 동안 한 덕분에 자신만만했지만 그는 ‘경영’에서 어려움을 느꼈다. 인력관리나 재무관리는 물론 영업을 아예 해본 적이 없어,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았다.

특히 바이오 분야의 연구개발은 완성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원해주는 투자가가 별로 없다는 것.

투자가를 찾아도 제때 제품이 나오지 않으면, 바로 자금이 부족해져 기업의 방향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것도 문제였다. 예를 들어 창업 목표는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인데, 자금이 부족해지면 당장의 매출을 만들려고 화장품이나 건강식품 같은 엉뚱한 방향으로 틀어질 수 있다.

하철원 대표(오른쪽)는 이르면 3~4년 뒤에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철원 대표(오른쪽)는 이르면 3~4년 뒤에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크리니아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이 주도하는 초기창업패키지를 신청해 창업을 돕는 프로그램을 지원받았다. 초기창업패키지는 창업 3년 이하 초기창업기업에 자금과 사업을 잘 되도록 돕는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또 보건산업진흥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지원과 연계한 연구중심병원 창업기업 지원으로, 연구중심병원 창업 1~3년차 기업을 대상으로 최대 2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하대표는 "국내 의료 수준이 많이 높아진 데다 정보기술 만큼이나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 최근 정부와 투자처가 밀어주고 있는 추세"라며 "보건산업진흥원이 지원을 많이 해준다"며 현재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플라티스템은 안전성을 확인하는 임상 1상과 초기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 2a상은 2019년에 통과했다. 치료제가 나오려면 아직 멀었다. 의약품은 안전성이 중요해 식약처에서 인허가를 3단계나 거쳐야 하기 때문.

하대표는 "임상 3상에서 조건부 허가를 받으면 3년 뒤에 치료제가 나오겠지만, 임상 3상을 완료해야 허가한다고 하면 3~4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카티스템으로 젊은 관절염 환자나 인공관절에 거부감을 갖는 환자가 도움을 받았을 때 보람을 느꼈다"는 하철원 대표는 "회복이 빠르고 주사로 치료할 수 있는, 편리하고 편안한 치료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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