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중심에서 창업을 외치다. 12] 라포

강민규 충북대 교수(알레르기내과).
강민규 충북대 교수(알레르기내과).

기미상궁(氣味尙宮)은 임금이 수라를 들기 전에 음식을 확인하는 정5품의 여성 궁인(宮人)이다. 입맛에 맞는지 상하지 않았는지, 독이 들었는지 확인한다.

약을 먹을 때도 몸에 맞는지 확인해주는 기미상궁이 절실하다. 약물 알레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는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받은 뒤, 해열제로 많은 사용하는 소염진통제다.

소염진통제 알레르기 증상은 코 막힘과 호흡곤란, 얼굴 홍조가 있다. 심하면 천식 같은 기관지 수축이 오거나 발작해 응급실로 입원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맞고 소염진통제를 복용해 약물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었다.

강민규 충북대 교수(알레르기 내과)는 치료나 수술보다 환자와 이야기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해 알레르기 내과를 전공했다. 고혈압이나 심근경색 같은 질병은 질환 자체나 질환에 걸린 환자에 집중하지만, 알레르기는 환자의 일상과 환경에 영향을 받아 환자라는 사람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

알레르기 환자는 사소한 변화가 '독'이 될 수 있다. 특히 천식 환자는 미세먼지나 꽃가루, 바람 방향 같이 사소한 기후현상에도 매우 민감해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교수는 코로나19가 유행한 뒤 소염진통제 알레르기 환자를 많이 만났다. 기미상궁처럼 알레르기 환자 하나하나를 임금처럼 모시고 지키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든든한 기미상궁이 되려면 정확한 약물 알레르기 정보가 필요해, 참고가 될 수 있는 플랫폼을 찾았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플랫폼은 찾을 수 없었다. 플랫폼 대부분은 단순 정보만을 나열할 뿐 환자 개개인을 위한 정보가 없기 때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의약품 적정 사용 서비스(DUR)에서도 약물 알레르기 환자들을 위한 정보는 없었다.

강교수는 고민하다 스마트폰에 환자의 약물 알레르기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전달하는 방안이 떠올랐다. 같은 대학 김미혜 교수(컴퓨터공학과)와 약물 알레르기 환자의 마이데이터를 모아 2017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약물 알레르기 알리미'를 만들었다.

강교수가 만든 약물 알레르기 알리미. 출처: 구글 플레이 앱 홈페이지
강교수가 만든 약물 알레르기 알리미. 출처: 구글 플레이 앱 홈페이지

환자는 특정 약을 복용하고자 할 때 알리미로 먹어도 되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또 알리미 기능으로 병원 처방전을 사진 촬영하면 알레르기 위험한 약제가 들어있는지도 알 수 있다.

강교수는 약물 알레르기 알리미로 2018년 (사)한국인터넷전문가협회가 주최한 '스마트 앱 어워드' 시상식에서 건강/의료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나아가 스스로가 만든 앱을 좀더 책임감 있고 전문성 있게 추진해 더 좋은 생산품으로 내놓고 싶었다. 말만으로는 환자의 정보를 다른 의료진에게 전할 수 없기 때문. 또 많은 정보를 모아 모든 의사와 약사를 기미상궁으로 키우고 환자라는 손님을 왕처럼 모시고 싶었다.

하지만 환자에게 더 좋은 약을 추천해주는 프로세스는 수가가 정해지지 않아, 의사나 약사의 업무 범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복약 지도들 만들고 수가를 신설하려고 노력했지만, 무산됐다.

라포는 알레르기 같은 약물 부작용을 알 수 있는 개인건강기록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출처: 라포 홈페이지
라포는 알레르기 같은 약물 부작용을 알 수 있는 개인건강기록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출처: 라포 홈페이지

강교수는 병원에 집적된 환자의 정보로 다른 기관과 소통하는 약물 복용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느꼈다. 또 연구보다 창업을 기반으로 하면 좀더 빠르게 환자의 요구를 맞출 수 있겠다 여겼다.

2020년 말 의사창업기업 '라포'(Rapport)를 창업했다. 라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상호신뢰관계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로,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신뢰를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지었다.

라포는 알레르기 같은 약물 부작용을 알 수 있는 개인건강기록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처방전을 촬영하고 부작용 증상을 입력하면 알고리즘이 부작용을 부르는 약을 선별하고 안전한 약을 골라준다.

강교수는 창업하면서 '사업 알레르기'를 앓았다. 의사로서 하는 진료와 연구자로서 하는 연구성과가 창업에서 필요한 점과 안 맞았기 때문. 창업은 지식보다 서비스 영역이 더 커, 의사와 교수로서 쌓은 지식을 사업에 접목하기 힘들었다. 

이 점을 극복하기 위해 강수는 창업 멘토링과 컨설팅을 열심히 받았다. 그러다 '컨설팅 알레르기'에도 걸릴 뻔했다. 강교수는 "컨설팅이 상대의 위치나 강점을 접목시켜서 처방을 내려주지는 않았다"고 회고했다.

환자 개인의 약물부작용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 개발 과정. 출처: 라포 홈페이지
환자 개인의 약물부작용 정보를 환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 개발 과정. 출처: 라포 홈페이지

의사 창업이니까 남들보다 쉽게 갈 수 있다는 막연한 긍정이나, 특수한 배경에 대한 이해 없이 형식적인 조언만 남긴 컨설팅도 있던 것. '기미상궁은 임금 한 명을 위해 모든 음식을 세심히 배려해주는데, 왜 컨설팅은 아닌가?' 그는 창업자라는 ‘사람’에 대해 알아보지 않은 컨설팅은 도움이 안 된다고 느꼈다.

강교수는 "같은 창업을 한다 해도 창업자의 네트워크와 경험 여부, 업적에 따라 진단과 조언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의사 창업도 의사가 쌓은 업적과 창업에서의 서비스와의 연결을 기반으로 해서 창업 전략을 조언해주는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올해 라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환자 중심 능동적 약물부작용 예방시스템 구축' 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이 과제는 환자의 의약품부작용 정보를 의사와 약사에게 제공해 처방 또는 조제할 때 재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재발을 예방할 목적으로 만들었다. 총 2년 10개월 동안 해당 과제에서 환자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프레임 워크를 카카오S와 만들어가고 있다.

강민규 대표는 "환자가 약물 부작용이라는 '독'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아주 작은 데이터까지 활용해 성숙한 서비스를 만드는 충신 같은 기업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메드업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