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에서 장기요양보험료 제외는
부가세를 빼고 상품가격을 말하는 꼴

[사진=의협신문 제공]
[사진=의협신문 제공]

직장인 건강보험료가 사상 처음으로 7%를 넘었다는 기사가 최근 인터넷 뉴스를 통해 전 언론에서 보도됐다. 22년에는 건보료율이 직장인 월급의 6.99%였는데, 23년부터는 7.09%가 된다는 것이다. 

신문 방송 가릴 것 없이 모든 언론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혀를 찼다. '7%는 애저녁에 넘었는데 이게 뭔...'하면서.

상품이나 서비스료를 지불할 때 이런 경우를 겪은 일이 있을 것이다. 가격은 100원이라고 적어 놓고, '부가세 별도'라고 적는 경우 말이다. 그럴 때 얼마를 내야 할까? 100원? 천만에, 110원이다. 부가세 10%가 가산돼야 하니까.

물론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판매자 입장에서 부가세는 자신들이 받는 돈도 아닌데, 상품 가격에 부가세를 '굳이' 적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해당 상품의 가격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110원이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보료 계산에서 왜 빼나
국민을 조삼모사에 속는 원숭이로 보나

건강보험료 역시 마찬가지다. 

건강보험료를 낼 때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자. 건강보험료 외에, 장기요양보험료라는 명목으로 돈을 또 낸다. 2008년 7월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강제 가입이다. 건강보험에는 들고, 장기요양보험에 들지 않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장기요양보험료 역시 건강보험료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일괄 징수해서 관리한다. 요금은 건강보험료의 12.27%이다. 

그렇다면 22년의 경우, 직장인들은 월급에서 건강보험료 6.99%에 장기요양보험료로 월급에서 0.857673%(건강보험료 6.99% 곱하기 12.27%의 합)를 낸 셈이다. 즉 월급에서 건강보험과 '관련'하여 7.847673%를 낸 것이다. 건강보험과 관련하여 이미 7% 이상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건강보험료는 2023년에 사실상 8%

이것이 2023년이 되면 건강보험료는 7.09%로 인상되므로, 건강보험과 관련하여 직장인이 내야 하는 비용은 건강보험료 7.09% + (장기요양보험료=7.09% X 12.27%)로 인상되는 것이다. 결국 2023년부터는 7.959943%를 월급에서 건강보험과 관련하여 내게 되는 셈이다. 건강보험과 관련한 비용은 2023년의 경우 거의 8%가 된다. 

국민건강관리공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왜 장기요양보험료를 건강보험료와 분리 징수하는지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다. 여기를 보면 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급증하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복지를 위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마련하기 위해서다, 급속한 핵가족화 속에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복지를 국가가 책임지기 위해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그런 말을 해 봐야 과연 100% 믿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장기요양보험을 강제적으로 냈다고 내가 65세 이상이 됐을 때 이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엄격한 심사를 거쳐서 '내가 치매나 뇌혈관성 질환 등 노인성 질환자로서 6개월 이상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과연 몇이나 이런 경우에 해당될까?

결국, 건강보험 재원 확보를 위해 '세금과도 같은' 장기요양보험을 만들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하여, 건강보험에 강제가입하는 순간, 장기요양보험에도 강제 가입해서 건강보험료의 12.27%를 매달 따박따박 '더 내게' 된 것이다. 2008년부터.

이게, 부가세를 빼고 상품 가격을 올리는 상인의 행동과 뭐가 다를까? 납세자 입장에서는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 관련 비용'으로 강제적으로 같은 날 징수되는데.

언론, 보도자료 베끼기보다
국민 입장에서 기사 써야

정부는 솔직해야 한다. 이미 건강보험과 관련한 직장인 보험료는 7%를 넘은 지 오래였다. 건강보험 재정에 어려움이 있다면, 그냥 솔직하게 이런저런 사정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있다, 해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정부 방식대로라면, 건강보험료율은 현재보다 대폭 낮출 수 있다. 예를 들어 '급작스런 수술비 보험료' '영유아 치료비 보험료' '청소년 건강보험료' 등의 항목을 건강보험료에서 떼어내 따로 징수하면 건강보험료율은 7.09%보다 훨씬 낮출 수 있다. 5%대로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 '건강보험료율 대폭 낮췄다'라고 보도자료를 낼 것인가? 국민이 조삼모사에 속는 원숭이로 보이나?

슬픈 것은 대한민국 그 어느 언론에서도 이런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저 '건강보험료, 사상 첫 7% 넘어'라는 식으로 보도했다는 점이다.

이 기사를 쓰신 기자님들에게 묻고 싶다. 귀하들은 라면 가격이 올랐다고 기사화할 때 부가세를 빼고 보도하시나? 예를 들어, 라면 한 봉지를 사려면 소비자는 800원을 내야 하는데, 부가세를 빼고 "라면 한 봉지 가격은 720원이다"라고 보도할 것인가? 

아쉽고도 아쉽다. 나 같은 삼류기자조차 그 어떤 보도자료도 '뒤집어서 국민 입장에서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기사화하려 노력했는데...


필자 소개

서울 출생. 서울대 동양사 전공(서양사 부전공).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학 전공(석사). 언론을 통한 사회 개혁을 꿈꾸며 1990년 조선일보사 입사. 주로 문화재 담당기자를 하며 조선일보 역대 특종 건수 10위에 듦. 2004년 서울시청 출입기자 시절, 이춘식 당시 부시장에게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도심에서 들어보자"고 권유. 그해 12월 24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개장되자 특종 기사를 쓸 때보다 더 기뻤음. 이를 계기로 '글'이 아니라 '정책'으로 사회를 변혁시키는 데 관심을 갖게 됨.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 행정관(2009년), 대한의사협회 제40대 집행부 홍보·공보이사(2018년) 역임.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선대의 고향인 인천 검단에서 농사를 지으며 독서와 집필 활동 중, 저서로는 한국사에 대한 지나친 미화를 비판한 『한국 고대사에 대한 반역』(2004년 조선일보사 간). 신라인들이 남긴 모든 기록을 전수조사한 뒤 '신라인들은 자신들이 삼국통일이 아니라 삼한통일을 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증명한 『신라인은 삼국통일을 말하지 않았다』(2017년 학고재 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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