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협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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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세계적인 아이돌이 왜 건보료를 체납해 집까지 압류당했을까?

지난 4월 25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내 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 하나(이하 A씨)가 건보료를 체납해서 자택을 압류당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언론은 대서특필했다. A씨와 소속사는 "체납 사실을 몰랐다가 뒤늦게 알게 돼 완납했다"고 밝혔다. A씨의 자택이 압류된 것은 지난 1월이었으며, 완납 뒤인 4월 22일 압류 조치는 풀렸다고 한다. 

A씨와 소속사는 "몰랐다"고 해명했다. A씨가 지난 1월 말 맹장 수술을 받았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건강보험료 납부가 지연된 이가 병원을 이용할 때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서 체납 사실을 이용자에게 알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퀴즈 하나! A씨는 건강보험료로 얼마를 낼까?(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흔히 '건강보험료'라고 부르지만, 우리가 납부하는 '건강보험 관련 요금'에는 '건강보험료' 외에 '장기요양보험료'도 있다. 2008년부터 도입된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을 곱해 내는데, 해마다 그 수치가 높아지고 있다. 2022년에는 12.27%이다. 즉, 건강보험료 + 건강보험료의 12.27%에 해당하는 장기요양보험료 = '우리가 다달이 내는 건강보험 관련 요금'이 된다. 이 글에서는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를 합쳐 '건보료'라고 부르기로 한다. 건보료를 구성하는 '건강보험료'와 '장기요양보험료'는 공식 명칭 그대로 부르기로 한다.)

그는 지역가입자로 돼 있을 것이다. 지역가입자는 연 수입을 중심으로 삼고, 부동산이나 자동차 보유 여부 등 보유 재산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펴 '합산 점수'로 환산해서 건보료(건강보험료 + 장기요양보험료)를 낸다. 합산 점수가 높으면 당연히 건보료도 높아진다. 참고로 연 수입은 11억 4000만 원이 넘으면 최고점인 3만2372점을 받으며, 부동산은 77억8124만 원을 넘으면 최고점인 2341점을 받는다. A의 연 수입은 당연히 보험 요금 산정 최고치인 11억 4000만 원을 넘는다. 결국 A의 건강보험료는 지역 건강보험료 상한액일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22년도 건강보험료 상한액은 월 365만3550원이다.(참고로 직장 가입자의 상한액은 월 731만 1000원 정도이다. 여기서 정확히 절반을 고용한 회사가 낸다.) 여기에 더해 A는, 장기요양보험료로 건강보험료의 12.27%인 44만8290원도 내야 한다.  

결국 A가 내야 하는 건보료 관련 총액은, 건강보험료에 장기요양보험료를 모두 합쳐서 22년도 기준으로 월 410만1840원, 연간 4922만 2080원 정도를 내야 한다. 

한데, 2022년 6월 현재 26세 8개월 정도인 A가 1년에 병원을 얼마나 갈까? 그가 병원에서 받는 진료 서비스가 연간 5000만 원 정도가 될까? 2013년 방탄소년단으로 데뷔한 A는 최소한 지난 7~8년은 건보료를 최고액으로 냈을 것이다. 건보료로만 데뷔 이후 4억 원 이상은 냈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그 역시 감기에 걸렸든, 지난 1월처럼 맹장 수술을 받든 병원을 이용할 때는 건보료 기준으로 그보다 100분의 1도 안 내는 사람들과 동일하게 진료비 등을 내야 한다. 건보료를 더 냈다고 '칙사' 대접을 받는 것도 아니다.  

과연 A 같은 사람들이 건보료를 낼 때 '보험'이라고 생각할까? '혹독한 세금'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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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연 수입보다 많은 건보료를 내야 했던 어느 농민 이야기

2009년 초, 필자는 대통령실을 나와 농민의 길로 들어섰다. 회사 다닐 때는 건보료를 얼마 떼는지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수입이 사실상 없는 농민이 되다 보니 다달이 나가는 돈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의 연 수입은 그때나 지금이나 농약값이나 기계임대 비용 등을 빼면 연 50만 원 정도이다. 여기에 직불금으로 국가로부터 30만 원 정도를 받는다. 1년 순 벌이가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한 달 건보료는 25만 원 정도였다. 토지에 대한 재산 평가 때문이었다. 1년이면 300만 원. 1년 벌이보다 연 건보료가 4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야속했다. 농민이 된 뒤 지난 14년 동안 나는 정기건강검진조차 단 한 번도 받지 않을 정도로 병원과는 거리를 두었는데... 

사정을 봐 줄 리가 없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건보료는 국세나 지방세 다음 순위에 위치한다. 즉, 내가 은행에서 20년 전에 빚을 졌어도, 건보료부터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이가 첫 출근을 한 2020년 3월, 가장 기뻤던 것은 다른 게 아니었다. 아이가 세대주로, 내가 세대원으로 바뀌면서 '필자가 더는 건보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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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대한의사협회의 황당한 수가 인상 주장

2018년 5월 1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의 홍보 및 공보이사가 됐다. 의료나 의료 정책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국민과 의협의 거리를 좁히는 데 도움이 돼 달라'는 부탁에 마음이 돌아섰다. '여기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매년 5월이면 수가 협상을 건보공단과 하는데, 의협에서 '수가를 30%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서였다. 

의협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주장은 대략 이랬다. 

"우리는 저수가로 고통받고 있다. 세상 어디를 가 봐라. 이렇게 진료비나 수술비가 싼 데가 있는지. 게다가 우리가 공부할 때 10원 한 푼 보태지 않은 국가가 우리에게 온갖 속박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의노'('의사노예'의 준말)일 뿐이다. '파업'도 불사해야 한다."

그때마다 필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환자가 '당장' 지불하는 진료비나 수술비가 싼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 그 어느 나라가 우리처럼 강제로 고액의 건보료를 징수하는가? 그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연 수입보다도 많은 건보료를 말이다. 대한민국의 건보제도는 누군가에는 복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가혹한 세금일 뿐이다. 그것을 '조정'할 생각은 않고, 무조건 수가를 30% 올리자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게다가 병의원이 받는 공단지급금(병의원은 수술비나 진료비 일부를 환자에게서 받고, 나머지 부족분은 건보공단으로부터 받는다.)은 '건강보험에 강제적으로 가입한 국민이 다달이 세금처럼 낸 돈'이다. 공단지급금조차 국민이 다달이 강제적으로 세금처럼 내서 적립한 것에서 주는 것인데, 무조건 '환자가 당장 내는 수가가 싸다'고만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필자는 1990년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징수당한 건보료만 원금 기준으로 1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나는 그간 병원에 간 적이 거의 없다. 그런 식이면 내가 낸 수가는 귀하들이 '의사들의 천국'처럼 떠드는 미국에 비해서도 훨씬 비싼 편이다. 의사들 당신들만 노예인가? 병원에 가든 안 가든 건보료를 강제적으로 내야 하는 우리 국민도 노예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보료 납부 때 가장 고통받는 사람이 누구일까? 노동자들일까? 필자는 고용주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고용한 이들에 대한 건강보험료의 절반을 회사가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자. 귀하가 10인 이하의 영세업체를 운영하는데 건강보험료가 갑자기 30% 오른다면? 수가 협상 때 수가 인상에 가장 반발하는 것이 경영자 측인 것은 그런 까닭이다. 물론 노동자들 역시 30% 인상 주장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의협에 있는 동안 '수가 30% 인상 주장은 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필자가 내내 주장한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물론 의협 내에서 동조하는 의사는 별로 없었다. 의협 홍보 및 공보이사를 단 석 달 만에 그만 둔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의대 같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을 풍자한 드라마 'SKY 캐슬'. 출처:  Wikipedia, Wikimedia Commons
의대 같은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사교육을 풍자한 드라마 'SKY 캐슬'. 출처: Wikipedia, Wikimedia Commons

#4. 의사가 힘들다고 떠드는 의사들이, 왜 자기 자식은 의대를 보내려 할까?

필자는 84학번이다. 당시 서울대에서 가장 입학 커트라인이 높았던 이과 학과는 전자공학과였다. 학력고사 340점 만점에서 310점대 중반이었다. 그 뒤로 제어계측과 물리학과(309점) 등이 뒤따랐다. 서울대 의대는 305점 정도였다. 서울대 공대 중위권 학과 커트라인은 290점대 중반이었고. 연세대 의대는 290점대 초반이면 어렵지 않게 갔다. 다른 대학 의대는 그 밑이었다.

IMF 이후 의대는 대학을 가릴 것 없이 '최고 학과'가 됐고, 그 경향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소위 지방대 의대와 서울대 공대나 자연과학대학의 커트라인을 비교하면 '입시를 전혀 모르는 사람' 취급받는 세상이다.  

대입 커트라인은 '특정 대학과 특정 학과의 사회적 선망도'를 표상한다. 로스쿨 이전에 서울대 법대가 존재하던 시절, 서울대 법대 커트라인이 서울대 사학과 커트라인보다 낮았던 적은 '극심한 눈치작전 끝에 나온 극히 이례적인 경우'에만 국한된다. 서울대 법대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던 이유는, 여기를 나온 이들에 대한 대접이 최고로 좋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 국문과나 사학과 커트라인보다 서울대 법대나 경제학과 커트라인이 높은 것이다. 

의대 커트라인이 요즘처럼 올라간 것도 그런 까닭이다. IMF 이후 50대만 되면 직장에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가는 공대나 자연대 출신들의 삶을 보면서, '그래도 의사가 낫다'는 게 검증이 된 것이다.

필자가 만난 의사들이 "의사 해 먹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자기 딸이나 아들이 공부를 잘 하면 대부분 의대를 보내려고 했던 것도 그런 이유다. 심지어 필자가 아는 어느 의사는 자제가 수시에서 6개 지원서를 모두 의대에 쓴 뒤 낙방하자, 정시는 지원도 않고 바로 재수를 시켜서 다음 해 의대에 보내기도 했다. 

의대를 보내려는 것을 탓하는 게 절대로 아니다. 필자 역시 내 아들이 의대를 가기를 원했다. 실력이 안 됐을 뿐. 이 나라가 '의대 진학 권하는 사회'가 된 것은 그만큼 의사들 먹고 살기가 다른 직업에 비해 낫다는 이야기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의사들조차 자기 딸 아들이 공부 잘 하면 의대를 보내려고 기를 쓰는 것이다. 

그럼에도 의사들 먹고 살기가 힘들다고 주장하겠다고? 그래서 수가를 왕창 올려야 한다고?

# 5. 의협, 수가 협상 결렬 선언

2022년 6월 1일, 수가 협상이 막을 내렸다. 개원의 중심의 의협은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건보공단이 제시한 인상 수치는 2.1%. 의협을 대표해서 협상에 나선 이들은 "지난해 3.0%보다도 못한 수치이다. 협상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사자후를 토했다. 코로나19 때 희생한 의사들의 노력을 무시하는 행위라고도 했다.

정말로 의사들의 삶이 힘들어진다면, 의대 커트라인은 내년도에 떨어져야 정상일 것이다. 내기라도 하고 싶다. 필자는 "절대로 안 떨어진다"에 전 재산이라도 걸 수 있다. 그래도 먹고 사는 데 의사들만한 직업은 대한민국에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필자 소개

서울 출생. 서울대 동양사 전공(서양사 부전공). 고려대 세종캠퍼스 고고학 전공(석사). 언론을 통한 사회 개혁을 꿈꾸며 1990년 조선일보사 입사. 주로 문화재 담당기자를 하며 조선일보 역대 특종 건수 10위에 듦. 2004년 서울시청 출입기자 시절, 이춘식 당시 부시장에게 "서울광장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도심에서 들어보자"고 권유. 그해 12월 24일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이 개장되자 특종 기사를 쓸 때보다 더 기뻤음. 이를 계기로 '글'이 아니라 '정책'으로 사회를 변혁시키는 데 관심을 갖게 됨.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실 행정관(2009년), 대한의사협회 제40대 집행부 홍보·공보이사(2018년) 역임.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선대의 고향인 인천 검단에서 농사를 지으며 독서와 집필 활동 중, 저서로는 한국사에 대한 지나친 미화를 비판한 『한국 고대사에 대한 반역』(2004년 조선일보사 간). 신라인들이 남긴 모든 기록을 전수조사한 뒤 ‘신라인들은 자신들이 삼국통일이 아니라 삼한통일을 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을 증명한 『신라인은 삼국통일을 말하지 않았다』(2017년 학고재 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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