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 중심에서 창업을 외치다. 10] 아이쿱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아이쿱 조재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큰 꿈을 가지며 살아왔다. 디지털 진료지원 플랫폼 '닥터 바이스'를 만들며 새로운 꿈을 펼친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아이쿱 조재형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큰 꿈을 가지며 살아왔다. 디지털 진료지원 플랫폼 '닥터 바이스'를 만들며 새로운 꿈을 펼친다.

깊은 우물 속에 사는 개구리 '현서'는 해님과 달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우물이 좁아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순간, 해님과 달님은 우물 위를 금방 지나친다. 

친구들은 우물을 나가려다 계속 떨어져 다치는 현서를 말리고 비웃지만, 수많은 도전 끝에 현서는 우물을 나가 해님과 달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성공한다. 그 뒤에도 더 넓은 세상을 여행하겠다는 새로운 꿈을 갖는다.

'우물 안 개구리 현서의 꿈'은 조재형 교수(가톨릭대 성모병원 내분비내과)가 지은 동화다. 개구리에는 딸의 이름을 붙였지만, 사실상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다.

그의 첫 번째 꿈은 "하버드 학생들이 우리가 만든 책을 볼 수 있게 하자"였다.

1993년 조재형 학생(91학번)을 포함한 가톨릭 의대 학생들은 전공의학 교과서가 어려운 글자만 가득한 이론 중심이라 임상에 적용하기 힘들었다. 그림이 지도처럼 들어간 편리한 교과서가 절실했다.

'교과서를 직접 만들면 어떨까?' 그는 96년부터 동기이자 절친 주지현 학생과 함께 의학 교과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림 전용 프로그램 어도비 일러스트레이터를 혼자 공부해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그림을 가득 넣었다.

가톨릭대 의대 조재형 교수와 주지현 교수, 장정원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영문 의학교과서 '로드맵 임상내과학'을 긴 시간을 걸쳐 완성했다. 출처: 교보문고, Amazon
가톨릭대 의대 조재형 교수와 주지현 교수, 장정원 교수는 국내 처음으로 영문 의학교과서 '로드맵 임상내과학'을 긴 시간을 걸쳐 완성했다. 출처: 교보문고, Amazon

내과 전문의가 된 뒤 조교수는 2004년 영어로 된 국내 최초 의학 교과서인 '로드맵 임상내과학'(Clinical road map of internal medicine)을 발간했고, 2010년 세계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에 등록하기도 했다.

목표를 이루자마자 조교수는 새로운 도전이 고팠다. 2000년 전공의 시절 윤건호 교수(가톨릭대 성모병원 내분비내과)에게서 당뇨관리에 디지털기술을 접목한 시스템 개발과 연구에 참여해, 미국 Diabetes Technology & Therapeutics 미팅에서 발표한 경험이 떠올랐다.

의학 교과서처럼 여러 경험과 정보를 모아 전자책으로 내고, 이런 콘셉트를 세상에 펼치려면 창업 밖에 없다 여겨 회사를 직접 차리기로 했다.

내과 임상의가 갑자기 IT 회사를 차린다고 하니, 창업을 결심하자마자 주변의 반대에 부딪혔다. 의학 교과서 만들기 연장선이라고 했지만, 믿었던 스승 윤교수마저 "그래봤자 남의 지식 모아서 만든 것"이라며 격하게 반대했다. 

그는 "작은 지식과 정보를 모아 좋은 책으로 성장시키고, 많은 사람이 가장 싼 가격으로 볼 수 있게 만들 것"이라는 뚜렷한 철학으로 간신히 설득했다.

2011년 교과서를 함께 만든 주교수(가톨릭대 성모병원 류머티스내과)와 함께 Book을 거꾸로 한 '아이쿱'(iKooB)을 창업했다.

조재형 대표는 아이디어나 중요한 문구가 떠오르면 꾸준히 메모하고 지도처럼 정리한다. 디지털 진료지원 플랫폼 '닥터바이스'도 꾸준한 기록과 정리 끝에 탄생한 것이다.
조재형 대표는 아이디어나 중요한 문구가 떠오르면 꾸준히 메모하고 지도처럼 정리한다. 디지털 진료지원 플랫폼 '닥터바이스'도 꾸준한 기록과 정리 끝에 탄생한 것이다.

아이쿱은 디지털 진료지원 플랫폼 '닥터바이스'(Doctorvice)를 만들고 있다. 여기서 바이스는 조언(Advice)과 장비(Device)를 뜻한다. 

닥터바이스는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전자의무기록)과 다양한 원외 진단기기에서 모은 PHR(Personal Health Records, 개인건강데이터)를 통해 의사와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정리해서 알려준다.

의사는 닥터바이스가 알려준 정보 중 어떤 것이 환자에게 좋은지 알려주는 조언자가 될 수 있다. 또 의사와 환자 사이의 짧은 진료시간도 보완한다.

조교수는 스스로 '망'가진 사람이라며 닥터바이스를 교류가 없는 섬들을 그물망처럼 잇는 도로라고 비유했다. 그는 "도로 완성까지 2m만이 남은 상태"라며 "성능이 검증된다면 오는 7월에 정식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을 좋아하는 조재형 대표는 닥터바이스와 창업 철학을 칠판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기록을 좋아하는 조재형 대표는 닥터바이스와 창업 철학을 칠판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아이쿱은 녹십자홀딩스 헬스케어부문 회사 유비케어를 포함한 다양한 기업에서 투자를 받았다. 또 우선 타겟은 의사로 EMR 월 이용료와 비슷한 닥터바이스 시스템 이용료를 계획하고 있다.

조교수는 "의사가 환자 여러 명을 담당하면서 다른 의사나 환자와 연동하게 되면 환자와 의사의 기록을 다 갖는 데다 환자와 다른 의사를 잇는 그물망이 돼 도중에 빠지지 못한다"며 "고정층을 만들어 수익모델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교수는 처음에는 출판에만 집중하려 했지만, 실패로 끝나 디지털 헬스케어 쪽으로 목표를 다시 잡았다. 조교수는 "회사를 만들고 이렇게 고생할 줄 몰랐다"며 웃었지만 "숱한 시행착오를 겪었기에 경영을 몸에 익힐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도 업데이트 가능한 전자책이라 여겨 창업의 첫 취지인 출판에서 벗어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사가 창업을 하면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이름값을 알릴 수 있지만, 진료와 임상을 같이 해 다른 CEO보다 시간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또 회사 대표가 의사면 병원과 환자에게 자신의 제품을 홍보한다고 오해받을 수도 있다. 

조교수는 아이쿱 대표로 인정받기 위해 일부 명함에 의사 신분을 넣지 않는다. 또 "모든 사람이 아이쿱 제품을 보편적으로 사용해 의사라는 신분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재형 대표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3권을 출판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손자 손녀를 위한 책을 써야겠다 생각하다, 출판 목적으로 아이쿱을 창업하면서 실천에 옮겼다.
조재형 대표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책 3권을 출판했다. 나중에 나이가 들면 손자 손녀를 위한 책을 써야겠다 생각하다, 출판 목적으로 아이쿱을 창업하면서 실천에 옮겼다.

조교수는 창업을 도전하려는 사람들에게 "창업은 발만 담그는 게 아닌 꾸준히 나아가는 긴 항해"라며 "망망대해 같은 바다를 건너 그만두기에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돼야 도전이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전하려면 목숨을 걸 만큼 미쳐야 한다.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를 예로 들어 "비행기 착륙은 잘못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비행기로 제일 먼저 뜬 사람이 아닌, 죽을 각오를 안고 동력 비행기를 착륙시킨 사람이 진짜 성공했으며 새로운 길을 연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빅데이터 사업을 꿈꾸는 사람에게도 냉정한 조언을 더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며 "빅데이터 활용과 연구가 말로만 좋다고 하지 말고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직접 증명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조재형 대표는 "어릴 때는 위인전에 나오는 사람처럼 되고 싶었지만, 요즘에는 젊은이들에게 위안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글로벌 기업이 돼 해외에도 이바지하고 도전을 꿈꾸는 젊은 사람들에게 지향점이 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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