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인계점'의 원작자 이성모 PD.
연극 '인계점'의 원작자 이성모 PD.

인계점, 환자를 태우거나 내리기 위해 헬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지점을 말한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맛집 아니면 미용실이 뜬다.

외상센터에서 중상을 입은 환자를 구조하려고 닥터헬기를 띄우면 소음공해를 이유로 민원을 받는다. 외상센터 내부도 만만치 않다. 시간과 땀을 들여가며 죽어가는 환자를 치료할수록 병원은 적자를 면치 못한다.

극단 콘티(Con.T)가 외상센터 의사를 다룬 연극 '인계점'을 고양아람누리 새라새극장에서 최근 공연을 마쳤다. 연극을 통해 의료계의 현실과 어려움을 보다 깊게 파고들고자 본 공연의 원작자 이성모PD 를 만나보았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연극과 뮤지컬을 만드는 14년차 프로듀서 이성모라고 합니다. 조그맣지만 좋은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의 표정이 다 보이는 소극장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소외된 사람에게 관심을 가졌나요?

저는 대학에서 사회복지와 여성복지를 전공했습니다. '몸을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면 마음을 치료하는 의술이 사회복지다'라는 생각으로 공부했죠. 다만 불쌍한 사람이 소외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켜봐 주고 관심이 필요하지만, 목소리가 묻히는 사람들이 바로 소외된 사람이죠. 이대로 묻히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사람들 대부분은 의사가 잘 나가는 직업이라 생각합니다. 외상센터 의사가 어려움이 있고, 소외되었음을 어떻게 알게 됐나요?

2014년 세월호 사건에서 사람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매체로 봤습니다. 그중에 의사도 있었죠. 눈에 보이지 않는 의사의 고생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외상센터 의사는 노동이 많지만, 그에 맞는 대가를 못 받는 것 같았습니다. 외상센터에 관해 물어보면 의사들은 일단 한숨부터 쉬더라고요. 죽는 사람 매일 본다고 말이죠.

외상센터 의사가 하얀 가운에 붉은 피를 뒤집어쓰고, 고된 노동과 극한의 고통 안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돈을 많이 벌고 복지나 처우가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님을 통해 비친 외상센터는 그렇지 못하더군요. 외상센터 의사가 소외되고 목소리가 많이 묻히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 연극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전 조사를 거쳤나요?

이성모 대표에게 영감을 준 드라마 하얀거탑과 수필 골든아워.
이성모 대표에게 영감을 준 드라마 하얀거탑과 수필 골든아워.

의사를 다룬 영화와 드라마, 특히 '하얀거탑'을 열심히 봤습니다. 연극의 토대는 이국종 교수님(이하 이 교수님)의 수필 책 '골든아워'였습니다. 책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어 책을 출판한 흐름출판사와 7~8달 정도 미팅을 하고 기획안과 쪽대본을 보내봤지만, 성사가 잘 안 됐죠. 이 때문에 연극은 책에 있는 내용을 토대로 했지만, 책에 나온 사건은 다 피해서 만들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의사 주변의 친구들, 의사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용에 살을 붙였습니다.

이국종 교수님을 비판하는 의사도 있습니다. 존경은 하지만 마냥 칭찬할 수는 없다고 말이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만나본 의사들도 외상센터 의사를 비판적으로 봤습니다. 피해자나 괴로운 사람 흉내 내면서 지원금을 타내는 사람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외상센터 의사는 죽어가는 사람을 봐야한다는 말에는 아무도 부인하지 못했습니다.

분쟁과 상관없이 비판과 불편한 소리는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의와 신념을 지켜가며 어떤 질서를 바로잡으려 하면  "그래, 너 잘났다"는 얘기 밖에 못 듣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고요. "왜 이 교수님만한 사명감을 우리한데 강요하느냐"는 사회적인 요구도 시장 논리니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사회적인 이야기를 공연으로 만든다는 이유로 "정치할 거냐"는 비판을 많이 들었는데요. 무조건 현실적이지 않은 판타지만을 연극으로 다뤄야 하나요? 저는 계몽시키고 교육하고자 공연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말하는 이성모 대표.
기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말하는 이성모 대표.

(의료과실이 아닌) 의료사고가 나면 환자의 가족이 소송을 걸 때가 있습니다. 의료행위에도 특수성과 한계가 있지만, 환자와 보호자는 이를 모르거나 인정하기 힘들어합니다. 이런 시선을 극복할 방안이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예전에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간 적이 있는데 의사가 이 검사 저 검사를 너무 많이 하더라고요. 많은 검사를 해야 소송에 안 걸린다는 이유였죠. 의사는 남에게 유리한 결정을 계속하고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합니다. 복지도 손실이 나도 필요하니 계속해야 하죠. 기업 논리가 아닌 사회 복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극 인계점은 앞으로도 공연할 계획인가요?

인계점은 5월 8,9일 인천에서, 8월에는 서울에서 한 달 동안 공연할 계획입니다. 5월에는 이국종 교수님께서 활약하시던 아주대 병원 권역외상센터 근처에서 공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외상센터 주변에 공연장이 많거든요. 하게 된다면 홍보도 크게 하려고 합니다.

외상센터 의료진의 뒷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배우들. 출처: 인스타그램 콘티(Con.T, @cont_2018)
외상센터 의료진의 뒷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 배우들. 출처: 인스타그램 콘티(Con.T, @cont_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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